손님이 너무 많아서 망했다는 이야기, 진짜일까?
“관광객이 너무 많이 와서, 가게 주인이 울었다.”
— Craig Mod, Overtourism in Japan, and How it Hurts Small Businesses
🍜 ‘사람이 몰려서 망했다’는 이상한 말
교토의 어느 골목,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사장이 직접 내린 커피 향이 은은한 카페.
이런 공간에 관광객이 몰려들면 당연히 좋은 일 아닌가요?
매출도 오르고, 가게도 유명해지고, 사장님도 웃을 일 아닌가요?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장사가 잘돼서 고민이라는 건 배부른 소리 아니야?”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Craig Mod라는 일본 거주 작가이자 사진가는 최근 이 주제를 정면으로 다뤘습니다.
그는 일본 곳곳을 걷고, 느리고 깊은 여행을 지향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그가 교토에서 마주한 현실은 이랬습니다:
“한 가게의 주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손님이 너무 많아서, 자신이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 ‘팔리면 장땡’이 아닌 가게들이 있다
이야기의 핵심은 단순한 ‘혼잡’이 아닙니다.
그 공간이 왜 존재하느냐,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느냐에 대한 이야기예요.
일본의 소규모 가게들, 특히 교토 같은 도시의 골목 가게들은
대부분 ‘빠르게 성장’보다 ‘느리게 축적되는 관계’를 지향합니다.
예를 들어:
- 음악을 공유하고 싶어서 직접 고른 LP를 트는 커피숍
- 손님 이름을 기억하고, 다음 방문을 기다리는 소규모 바
- 지역 농산물로 계절 한정 요리를 선보이는 작은 식당
이런 가게들은 ‘팔리는 맛’보다 ‘자신의 철학’에 따라 운영됩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가게가 TikTok에서 ‘예쁘다’며 소개되면 상황이 바뀝니다.
📱 알고리즘이 만든 ‘예쁜 포토존 지옥’
TikTok이나 인스타그램에서 “가봐야 할 카페”, “교토 감성 여행지” 같은 제목으로
한두 컷의 예쁜 사진과 함께 소개되면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 30명 앉을 수 있는 공간에 200명이 줄을 서고
- 에어팟을 낀 채, 말 없이 입장하고 사진만 찍고 나가는 손님들
- 메뉴를 다 먹지도 않고, 빠르게 다음 장소로 이동
가게는 사람들로 넘치지만, 대화는 없고, 반복 방문도 없습니다.
공간이 원래 지니고 있던 ‘정서적 밀도‘가 사라지는 순간이죠.
Craig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음악을 틀지만, 아무도 듣지 않는다.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대화가 없다. 그저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 단골은 떠나고, 의미도 사라진다
문제는 단지 ‘관광객이 많다’는 게 아닙니다.
기존의 핵심 고객층이 무너지고, 그 자리를 우연한 방문자들이 채운다는 점이에요.
- 주인은 피로에 지치고, 정체성 혼란을 겪고
- 단골 손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떠나고
- 일시적인 유행은 결국 사그라들며 공백만 남습니다
오히려 손님이 없던 시절보다 더 빨리 가게가 문을 닫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상업적 문제를 넘어, 지속 가능한 지역 커뮤니티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 우리도 경험한 이야기: 을지로, 연남동, 성수동
사실 이건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너무 똑같은 흐름이 반복됐습니다.
- 을지로: 철물점과 호프집이 공존하던 거리가, 순식간에 인스타 갬성 공간이 됨
- 망원동: 마을 같은 분위기가 사라지고, 주말엔 관광버스가 정차
- 성수동: 소규모 공방과 카페가 임대료 폭등으로 밀려남
이 지역들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체성이 사라졌고, 사람은 많지만 의미는 옅어졌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모든 관광객이 문제인 건 아닙니다.
어떻게 소비하느냐, 그 태도가 중요합니다.
Craig은 우리에게 몇 가지 ‘느린 여행의 기술’을 제안합니다.
- ‘예쁘다’보다 ‘왜 이 가게를 열었을까?’를 궁금해할 것
- 주인의 음악이나 공간의 감각을 느껴보려 노력할 것
- 말을 건네고, 재방문을 약속하는 소비자가 될 것
특히 중요한 건 이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여행은, 지속 가능한 지역 공간을 살린다.”
🌏 왜 이건 단순한 배부른 고민이 아닌가?
오해 | 실제 |
---|---|
관광객 많으면 무조건 이득 | 핵심 고객과 공간의 정체성 붕괴 가능성 |
알고리즘으로 바이럴 되면 성공 | 단기 매출 뒤 소멸 위험도 커짐 |
유행 타야 살아남는다 | 개성 있는 공간일수록 천천히 성장해야 오래감 |
✨ 마무리하며
우리에게도 질문이 필요합니다.
- 내가 가는 이 공간이 왜 특별할까?
- 나는 이곳을 어떻게 소비하고 있을까?
- 이 장소는 1년 뒤에도 남아있을까?
관광은 단순한 소비가 아닙니다.
그 지역의 삶, 사람, 리듬에 잠시 들어갔다 나오는 경험이예요.
그 리듬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정중히 여행하는 게 어떨까요?
📎 원문 보기:
Overtourism in Japan, and How it Hurts Small Businesses — by Craig M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