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왔대요, 세계를 바꿀 무언가
🤖 “또 나왔대요, 세계를 바꿀 무언가”
— 요즘 AI, 뭔가 이상하다
요즘 기술 뉴스는 매일이 블랙프라이데이다.
“세계 최초!”, “AI 혁신!”, “이제는 끝났다!”
… 근데 끝나긴 뭘 끝나.
하도 많이 끝나서 우리는 지금 세계의 끝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AI 모델, 그만 좀 나와주세요
이젠 모델 이름만 봐도 피로가 몰려온다.
- GPT-3, 3.5, 4, 4o, 4-mini, 4.5, 4.6, 4.8 pro max ultra HD
- Claude 1, 2, 2.1, 3, 3.5, Sonnet, Opus, Flash, 엄마손맛
- Gemini, Mistral, Mixtral, Qwen, Yi, Zephyr, DeepSeek, 나도Seek
이쯤 되면 AI가 아니라 포켓몬이다.
“야! Claude 진화시켜서 Claude 3.5 Opus 만들자!”
“이제는 Claude 3.5 Opus Ultra에서만 잡을 수 있는 GPTmon이 등장!”
이번 주말만 해도 Grok 4가 나와서 “우리가 최고다” 선언하더니, 하루 지나니까 Kimi가 “아니, 우리가 진짜 최고임” 하고 올라왔다. 모델 성능 비교표는 숫자만 달라졌고, 결론은 다 똑같다 — “우리가 제일 잘함”.
작년만 해도 이런 발표가 있으면 회사 슬랙방이 불타고, 리서치 팀에서 성능 분석해서 슬라이드 만들고, CTO가 직접 사용 후기 남기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Grok이 뭐라고?” “그거 어제 나온 거 아냐?” “ㅋㅋ 또 최고래. 다음 주에 또 바뀔 듯.”
AI계의 김밥천국 메뉴판 같다. 어제는 GPT천하장사덮밥, 오늘은 Kimi순살혁신정식.
💡 “이제는 진짜 Reasoning 된다!” — 진짜요?
AI가 reasoning을 한다고요?
요즘은 텍스트 예쁘게 복붙하는 걸 Reasoning이라 부른다.
기껏해야 다음 문장 예측해놓고, 그걸 “이해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감탄한다.
“이거 봐,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어’라고 했어! 감성 폭발!”
… 사실은 그냥 네 말을 베껴 쓴 거다.
AI가 공감한 게 아니라, 네가 AI 수준에 맞춘 거다.
예전에 한 스타트업이 “이제는 진짜 Reasoning 되는 챗봇”이라며, 논리 퍼즐을 푸는 데모를 자랑했다. 근데 문제를 살짝 바꿔서 던지니까 갑자기 GPT가 “이건 고양이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라고 답했다. 무슨 고양이? 논리 문제였다니까?
🔮 AGENT가 또 나왔습니다
“저희는 자체 AGENT를 개발했습니다.”
와우! 이제는 어떤 환경에서도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진짜 AI가?
… 했더니 알고 보니 os.system("curl")
두 번 돌리는 파이썬 스크립트.
요즘은 “ChatGPT + 노션 API”만 붙여도 AGENT라고 부른다.
심지어 구글 스프레드시트 매크로도 AGENT라고 불리우는 시대다.
그럼 내 엄마도 AGENT야.
나보다 더 정확히 다음 행동 예측함.
한때 AutoGPT가 떠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목표만 입력하면 알아서 계획하고 실행한다고 해서 신났지. 근데 실제로는 하루 종일 위키피디아에서 무한 루프 돌다가 “임무 완료!” 하고 종료됨. 뭐 했냐니까 “NASA의 역사에 대해 조사함.” 내가 시킨 건 피자 주문이었는데.
🧑💻 코딩 에이전트로 사이트 만들기 — 그게 대단한가요?
요즘 기술 커뮤니티 보면, “AI 에이전트로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라는 자랑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스크롤을 내려보면?
- “코딩 하나도 몰라도 단 10분 만에!”
- “AI가 자동으로 HTML/CSS/JS 작성!”
- “웹사이트를 뚝딱 만들고 감동해서 울었습니다…”
아니, 코딩을 모르는 사람도 할 수 있다면서요. 이게 왜 자랑할 일이죠?
그걸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 VIM으로 블로그 만들었어요!”라고 자랑하는 글을 읽는 기분.
정말 잘 만들었고, 기술 발전도 멋지지만, 그걸 마치 우주정거장 만든 것처럼 말하는 건 좀…
기술의 민주화와 기술의 과장 사이엔 분명 선이 있다.
📈 데모의 법칙
“이 기능은 데모에서만 작동합니다.”
– AI 스타트업 90%의 고백
발표는 세련됐고, 배경 음악은 롤링인더딥인데,
막상 써보면 Tab 키 누르면 멈추고, 쉼표 찍으면 뇌사 상태.
“기능은 아직 미완입니다. 현재 fine-tuning 중이고…”
아니 친구야, 그러면 그걸 왜 지금 올려…
어느 컨퍼런스에선 AI로 이메일 자동 생성하는 걸 시연했는데, 버튼을 누르자 “Hi, I hope this email finds you well…“로 시작한 뒤 5초간 정적. 관객은 침묵, 발표자는 당황, 결국 사람이 직접 메일 마무리. 혁신이 아니라 복붙도 못하는 어색한 마술쇼였음.
🛑 그만 좀 해요, 혁신 피로증
기술이 너무 빠르게 나오는데, 우리가 느낄 시간도 안 준다.
1.5가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 채 2가 나왔고,
2가 안정되나 싶으면 3이 등장하고,
이제는 “OpenAI가 새로운 뭔가를 발표했다”는 소식에 하품이 먼저 나온다.
우리는 하루에 혁신을 다섯 번씩 맞고 있는 중이다.
이쯤 되면 혁신이 아니라 폭행 아닌가?
🤡 그래서, 이제 뭐가 진짠데요?
사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도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단순하다.
- 거창한 말보다, 정말 쓸만한 도구
- 논문 30개 인용한 미사여구보다, 버그 없는 코드
- Reasoning보다 Reasonable한 UI
멋진 단어들 말고, 조용히 일 잘하는 기술
이제 그런 게 좀 보고 싶다.
🙏 우리 모두 조금만 덜 혁신하자
AI는 분명 대단한 도구고, 우리 삶을 바꾸고 있다.
하지만 “대단한 척”하는 게 너무 많다.
가끔은 그냥 이런 말이 필요한 시대다.
“그거, 별거 아니더라.”
“GPT가 아니라 사람 똑똑한 게 먼저다.”
“이거 그냥 JSON 잘 다루는 스크립트야.”
그렇게 진짜 유용한 것들이 다시 빛날 날이 오길 바란다.
혁신 말고 “차분한 발전”, 우리에겐 그게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