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마른 마을과 AI 경쟁: 뉴턴 카운티에서 배우는 교훈

애틀랜타에서 차로 9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조지아주 뉴턴 카운티. 이곳 주민들은 요즘 수도꼭지를 틀 때마다 긴장합니다. 물이 나올지 안 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평범한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하지만 Meta가 조지아주 첫 번째 대형 데이터센터를 이곳에 지으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지역 물 관리 당국의 마이크 홉킨스가 한 말이 이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데이터센터들이 이용 가능한 것보다 훨씬 많은 자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역사회의 부를 빼앗아가고 있어요… 우리는 그냥 물이 없습니다.”

이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어제(7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AI 액션플랜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경쟁의 이름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Winning the AI Race”라는 계획은 제목부터 명확합니다. 이건 경쟁이고, 미국이 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획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AI 개발을 방해하는 규제를 대폭 철폐하겠다는 것. 둘째,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연방 토지를 개방하고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것. 셋째, 미국의 AI 기술을 전 세계에 수출해 기술 패권을 확립하겠다는 것입니다.

David Sacks AI 특별고문은 “긴급성을 가지고” 이 계획을 세웠으며,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내에 90개 이상의 정책을 실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I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협상 불가능하다”는 그의 말에서 이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뉴턴 카운티의 주민들은 이미 이런 ‘경쟁’의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비용들

AI 기술이 작동하려면 엄청난 양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컴퓨팅 파워는 데이터센터에서 나옵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센터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전력과 물을 소비한다는 점입니다.

뉴턴 카운티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후 지역의 우물들이 손상되기 시작했고, 상수도 요금은 급등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계속되면 2030년까지 이 지역이 완전한 물 부족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런 현상은 뉴턴 카운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가 ‘핫스팟’으로 불리는 지역들에서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지역사회가 치르는 대가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일터에서 느끼는 변화

AI의 영향은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터에서 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Apple Intelligence 광고가 생각납니다. ‘Lance’라는 직장인이 갑작스러운 회의에서 AI를 이용해 번듯한 보고서를 뚝딱 만들어내는 내용이었죠. 광고는 이를 성공 사례로 포장했지만, 뉴요커의 한 칼럼니스트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습니다.

“사고는 우리 인간의 전체입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라도 당신을 위해 생각해주겠다고 약속하는 회사는, 사실상 언젠가는 당신을 무대에서 완전히 밀어낼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로 AI Now Institute의 사라 마이어스 웨스트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AI 도입 과정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AI 롤아웃이 임금을 낮추고, 업무 가치를 떨어뜨리며, 환경을 해치고 지역사회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다른 길을 제시하는 목소리들

이런 상황에서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AI 액션플랜을 발표하기 하루 전, 100개 이상의 조직이 모여 “People’s AI Action Plan”이라는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간단합니다. AI 기술이 어떻게, 언제, 어떤 조건에서 사용될지에 대해 일반 시민들도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술 기업과 정부만이 이런 중요한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인이자 창작 글쓰기 교수인 메간 오루크는 자신의 ChatGPT 실험 경험을 토대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LLM은 ‘지적 소일렌트 그린’과 같습니다… 그들이 대체하는 바로 그것의 몸체로부터 만들어진 것이죠.”

여기서 ‘소일렌트 그린’은 1973년 SF 영화에 나오는 가공식품으로, 알고 보니 사람의 시체로 만든 것이었다는 충격적인 반전으로 유명합니다. 즉, AI가 인간의 지적 창작물을 학습해서 만들어졌지만, 결국 그 인간의 창작 능력 자체를 대체해버리는 아이러니를 표현한 것입니다.

그녀는 AI가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퇴화시킬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습니다.

의료 현장의 조용한 변화

변화는 의료 현장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The Markup의 알렉스 로젠블랫은 자녀의 수술 후 의료 기록을 받기 위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발견한 것은 환자 등록 서류에 숨어있는 수많은 데이터 사용 동의 조항들이었습니다.

환자들은 자신의 의료 정보가 AI 시스템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동의서에 서명하고 있습니다. 투명성 부족은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신뢰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에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속도’에 대한 강박입니다. 모든 것을 빠르게,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뉴턴 카운티의 사례가 보여주듯, 이런 성급한 접근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이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영역이 있습니다.

먼저, 환경 영향에 대한 장기적 관점입니다. 데이터센터 하나가 지역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고, 지속가능한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둘째,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입니다. AI로 인한 일자리 변화는 이미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에 대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나 새로운 형태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셋째, 민주적 거버넌스의 확립입니다. AI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수록, 그 결정 과정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 협력의 중요성입니다. AI는 국경을 넘나드는 기술입니다. 안전하고 윤리적인 AI 개발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기준과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승리의 진짜 의미

“AI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뉴턴 카운티의 주민들에게 물어본다면, 그들은 아마도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첨단 기술도 좋지만, 깨끗한 물 한 잔을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말이죠.

진정한 승리는 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것에서 나옵니다.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혁신할 수 있고,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면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AI는 분명 우리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우리 모두가 함께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뉴턴 카운티의 교훈을 잊지 말고, 더 신중하고 포용적인 접근을 통해 AI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해야 할 때입니다.


참고 자료

정책 문서

뉴스 보도

연구 보고서

추가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