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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April 2019

빅토리 무도회 사건

빅토리 무도회 사건

개인적으로 단편집 읽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매번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등장인물을 파악할만 하면 소설이 끝난다. 그래서 몰입이 쉽지 않다. 끝까지 읽어내는 것이 힘들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소설은 예외다. 모든 단편의 주인공이 동일하다.

에르퀼 푸아로. 땅딸막한 키에 보잘 것 없는 외모의 사립탐정. 그리고 1인칭으로 자주 등장하는, 푸아로의 조수랄까. 하지만 조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존재감 없는 헤이스팅스. 가끔 푸아로가 ‘몬, 아미’라고도 부르는데 마지막 단편에서는 ‘해리슨’이라고 부른다. 모든 단편에서 공통적으로 이 둘이 등장하고, 이들은 어떤 여인(보통 눈 부시게 아름답다)이나 사내에게 사건을 의뢰 받고,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다. 간략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푸아로의 ‘작은 회세포’가 발동하거나 푸아로의 녹색 눈이 예리하게 빛나고 나면 사건은 해결된다.

모든 단편이 이러한 구성을 가지니 다른 소설집을 읽는 것보다는 한결 수월했다. 이 책을 끝으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책은 한동안 읽지않을 것 같다. 너무 나이를 먹어 버린 탓이다. 어렸을 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각색한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자세한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너무 무서웠다는 느낌만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소설로 처음 읽었을 때도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애거서 크리스트의 책들을 이런 시기에 더 접했다면 어땠을까. 소설을 읽는 내내 ‘내가 좀더 어렸다면, 어린 그 시절에 읽었다면 이런 소설들이 얼마나 재밌있게 다가왔을 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tags: 애거서 - 크리스티